[신작]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5

✎ 작가 : rlaalsrbb

★ 평점 : 10 점
⚇ 조회수 : 1,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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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이상한 이야기들

학교는 이상하다.

소문 하나면, 사람 하나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그 중심에 있는 이름은

김. 민. 규.

 

 

"그 새끼, 예전에도 누구 병원 보냈잖아."

쉬는 시간,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쟤 무서워서 다들 말도 못 거는 거 몰라?

말 안 해서 그렇지, 걔한테 맞은 애 한둘 아님."

"근데 웃기지 않아? 그런 애가 가정부 딸 감싸주고 있어."

나는 펜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모르는 척, 못 들은 척 하려고 했지만…

그 말들이 가슴 안쪽을 계속 건드렸다.

 

민규가 그랬다고?

병원? 폭력?

그 애가?

 

그 애는 무표정하고, 말 없고, 좀 삐딱하고, 가끔 선 넘는 말도 하지만—

나는 그런 애한테… 밥을 받았고,

식탁에서 마주 앉았고,

조용히 걱정도 들었고,

“네가 안 괜찮아 보여서”라는 말도 들었다.

그런 애가 사람을 때렸다고?

진짜로?

 

 

 

 

[세븐틴 민규 빙의글] 너는 우리 집에 살았다 5

 

그날 종례가 끝나고 나서도, 나는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민규는 벌써 가방을 챙기고 나가버렸고,

교실에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얘길 반복하고 있었다.

 

"쟤 이번에도 또 걔한테 뭐 해줄 걸?"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눈에 띄는 타입도 아닌데."

"민규가 원래 그런 거에 꽂히면 걍 돌진하는 스타일이래.

예전에도 그랬다며. 친구 하나 감싸다가 패싸움 난 거."

 

그날 처음으로,

나는 민규를 ‘무서운 사람’으로 상상해봤다.

 

 

근데…

생각이 안 됐다.

 

기억 속의 민규는,

거실에서 졸린 눈으로 내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고,

식탁에서 나한테 젓가락 밀어주던 사람이었고,

소파에서 이어폰 한쪽만 꽂은 채

조용히 TV 보던 애였다.

 

그 얼굴을, 어떻게

‘폭력적’이라는 단어와 겹쳐놓을 수 있지?

나는 아직, 그게 잘 안 됐다.

 

 

집에 돌아온 날.

민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방 안에 있었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나는 거실에서 숙제를 하면서 자꾸 그 문틈을 봤다.

 

아무 말 없이,

아무 행동 없이.

근데, 문득 그가 말했다.

"왜 자꾸 쳐다봐."

 

나는 깜짝 놀라서 펜을 떨어뜨렸다.

"…아, 미안. 아니야."

그가 나를 본다.

"무슨 일 있어?"

"그냥…"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

 

 

근데 이상하게, 그 애는

내 말 안 해도 뭔가 아는 눈빛이었다.

 

"소문 같은 거 듣고 헷갈리는 거면, 믿고 싶은 걸 믿어."

"…그럼, 다 거짓말이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은, "아니다"도 아니고, "맞다"도 아니었고.

대신, 조용히 말했다.

"난 내가 뭘 했든, 너한텐 그럴 생각 없어."

그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밤.

불 꺼진 방.

이불 속에서 눈을 감아도, 그 말이 자꾸 맴돌았다.

“너한텐 그럴 생각 없어.”

 

 

그게… 나를 안심시키는 말일까?

아니면 나만 특별하다는 착각을 만들어내는 말일까?

나는 모른다.

근데, 그 애를 더 알고 싶어졌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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