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스키즈 승민 빙의글] 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03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4 점
⚇ 조회수 : 1,2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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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회의는 오후 세 시였다.

세미나실 안은 조용했고,

그가 먼저 와 있었다.

 

 

 

 

[스키즈 승민 빙의글] 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03

 

노트북은 이미 켜져 있었고,

화면엔 발표 자료가 반쯤 완성된 상태로 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인사는 없었다.

대신 노트북을 살짝 내 쪽으로 돌렸다.

"여기까지 정리했어요. 흐름은 지난번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바꿨고요."

 

그는 마우스를 몇 번 움직이며 슬라이드를 넘겼다.

톤은 여전히 조용했고, 말투는 끊김 없었다.

설명은 꼭 필요한 부분에서만 나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노트를 꺼냈다.

 

"이건 제가 맡을게요.

그 부분은 그냥 한 문장으로 정리해도 되겠죠?"

그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슬라이드 편집이 거의 끝나갈 무렵,

그는 잠시 마우스에서 손을 떼더니 이렇게 말했다.

"중간에 그 문장은 넣는 걸로 하죠. 그날 제가 썼던 거요."

 

나는 종이를 떠올렸다.

생각이 많을수록, 말은 단순해진다.

그 문장.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왜 그걸 발표에 넣고 싶으셨어요?"

그는 내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노트북 화면을 닫고 난 뒤에야 고개를 들어 나를 봤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문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말은 길지 않았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묻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을 듣고 나서 더 궁금해지는 느낌.

 

 

 

 

 

[스키즈 승민 빙의글] 같은 조라서 다행이야 03

 

밖으로 나가는 길,

아무 말 없이 걷는 그 사람의 옆모습이 괜히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디서 봤을까.

그냥 여러 번 본 것 같은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

 

교문 쪽으로 갈라지기 직전, 그가 갑자기 멈춰 섰다.

나는 그를 따라 걸음을 멈췄다.

그가 말했다.

"앞으로 발표 준비는 그냥 둘이서 진행해도 될 것 같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인데, 괜히 확인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먼저 걸어갔다.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보다가,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발표는 잘 될 것 같았다.

이상하게,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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