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투바투 연준 빙의글] 그 여름의 이름은 01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 조회수 : 2,3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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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나만 기억하는 추억

연준 오빠를 처음 좋아했던 날이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늘 함께였으니까.

 

오빠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나는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고,

거실을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칠 기회를 노렸다.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들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오빠가 내 쪽으로 눈길을 주면 그걸 괜히 민망하게 받아내고,

그러다 “안녕?” 하고 먼저 인사라도 건네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연준 오빠는,

친오빠의 친구였고,

나한텐 늘 ‘조금 먼 사람’이었다.

가까운 듯하면서도 넘을 수 없는 거리.

 

그런 사람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그게 편했으니까.

 

 

 

 

[투바투 연준 빙의글] 그 여름의 이름은 01

 

오빠는 나를 항상 동생이라고 불렀다.

"동생, 나 과자 하나만 줘."

"동생, 나 이 노래 알아? 옛날 노래인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애써 웃었고,

마음속에선 그 말이 조금씩 쌓였다.

‘동생’이라는 말 안에 갇혀 있는 느낌.

내 마음은 자라고 있는데,

오빠 눈에 나는 언제까지나 그 자리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말.

“연준이네 가족, 해외로 이민 간대.”

그건 끝이었다.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날이 마지막일 줄 몰랐기 때문에.

 

친오빠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처음 접은 건 감정이었고,

그다음은 기억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났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고, 실망하고, 또 좋아하다가 잊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유독 한 사람만은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이 연준 오빠였다.

 

 

 

 

[투바투 연준 빙의글] 그 여름의 이름은 01

 

그리고, 오늘.

"연준이, 한국 들어왔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듯 웃었고,

“아, 그래?” 하고 넘겼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야

혼자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한 번 묶었다가, 풀었다.

괜히, 립밤을 발랐다가 닦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은 아마 나를 기억하지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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