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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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나만 기억하는 추억
연준 오빠를 처음 좋아했던 날이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늘 함께였으니까.
오빠가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나는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고,
거실을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마주칠 기회를 노렸다.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들고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다가
오빠가 내 쪽으로 눈길을 주면 그걸 괜히 민망하게 받아내고,
그러다 “안녕?” 하고 먼저 인사라도 건네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연준 오빠는,
친오빠의 친구였고,
나한텐 늘 ‘조금 먼 사람’이었다.
가까운 듯하면서도 넘을 수 없는 거리.
그런 사람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그게 편했으니까.
오빠는 나를 항상 동생이라고 불렀다.
"동생, 나 과자 하나만 줘."
"동생, 나 이 노래 알아? 옛날 노래인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애써 웃었고,
마음속에선 그 말이 조금씩 쌓였다.
‘동생’이라는 말 안에 갇혀 있는 느낌.
내 마음은 자라고 있는데,
오빠 눈에 나는 언제까지나 그 자리였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어느 날, 갑자기 들려온 말.
“연준이네 가족, 해외로 이민 간대.”
그건 끝이었다.
인사도 하지 못했다.
그날이 마지막일 줄 몰랐기 때문에.
친오빠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마음을 접었다.
처음 접은 건 감정이었고,
그다음은 기억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났다.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지금.
누군가를 좋아하고, 실망하고, 또 좋아하다가 잊는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유독 한 사람만은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이 연준 오빠였다.
그리고, 오늘.
"연준이, 한국 들어왔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연한 듯 웃었고,
“아, 그래?” 하고 넘겼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야
혼자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거울 앞에서 머리를 한 번 묶었다가, 풀었다.
괜히, 립밤을 발랐다가 닦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아직도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그 사람은 아마 나를 기억하지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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