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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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가만히 기다리는 마음
연준 오빠가 돌아왔다는 말을 들은 날,
내 방 창문을 오래 열어 두었었다.
그날 공기는 여름의 끝자락 같았고,
바람은 이상하게 익숙한 냄새가 났다.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않았지만
나는 혼자만 알고 있었다.
보고 싶었다.
그 사람을.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먼저 연락할 수가 없었다.
친오빠에게 말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었다.
“나도 같이 보면 안 돼?”
그 한마디면 끝날 일이었다.
근데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메시지창을 몇 번이나 열었다가 닫고,
연준 오빠 이름을 검색해보다 멈췄고,
가끔은 친오빠 방 밖에서
전화를 받는 오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아주 어린애처럼 굴고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게 쉽지 않았다.
다시 만나면
그는 예전처럼 웃을까?
나를 보고 “잘 지냈냐”고 물을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나를 동생 취급하면,
나는 어떤 얼굴을 해야 할까.
그런 생각을 반복하던 어느 날,
오빠가 문을 두드렸다.
“야, 연준이 니 얘기 꺼냈다.”
나는 무심한 척 물었다.
“왜?”
오빠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냥. 잘 지내냐고. 오랜만에 셋이 보자는데?”
숨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뭐… 괜찮지.”
밤이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이름은 그대로였다.
휴대폰을 바꾼 사이에도,
그 이름은 내가 바꾸지 않고 남겨뒀다.
[연준 오빠]
[잘 지낸다며. 오랜만인데 한번 보자.]
메시지는 짧았지만,
나는 잠깐 멍해졌다.
그 사람의 말투는 예전 그대로였고
어딘가 무심하게 던진 듯한 그 말이
지금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단어를 골랐다.
[그래, 나도 보고 싶었어.]
그렇게 썼다가,
잠깐 손을 멈췄다.
그러고는
[그래, 오랜만이네.]
다시 단어를 바꿨다.
보내고 나서도,
몇 분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그 사람이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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