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의글 정성이 대단하네요 ㅎㅎ 재미있게 봤습니다 필력 좋으세요
✎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 조회수 : 2,3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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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야, 나 잠깐 화장실 좀.”
오빠가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
“둘이 어색하게 있지 말고. 금방 올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테이블에 둘만 남았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나는 괜히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연준 오빠는 말없이 창밖을 보고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유리창엔 희미한 빗방울 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 아래로 흐릿하게 번지는 거리 풍경이
자꾸만 눈에 걸렸다.
“너, 기억 나?”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연준 오빠가 나를 보고 있었다.
“옛날에, 너 울었던 거.”
나는 잠깐 멈췄다.
“언제?”
“그때 놀이터에서. 너 넘어졌는데 나한테 안 울겠다고 해놓고 바로 울었잖아.”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기억 안 나. 그거 몇 년 전인데.”
“난 기억나더라.”
그의 말이 조용히 떨어졌다.
짧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 섞여 있는 감정이
아주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그 순간
그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아버릴까 봐 조심스러워졌다.
“그때 네 오빠가 되게 난리였잖아.
널 울렸다고 나 엄청 혼냈었는데.”
“오빠는 지금도 별로 안 바뀌었어.”
“넌 많이 바뀌었더라.”
이번엔 대답하지 못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아주 조용히 반응하고 있었다.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웃는 얼굴로 컵만 다시 잡았다.
연준 오빠는 나를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말보다 더 확실한 시선이었다.
“다녀왔–”
오빠가 돌아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셋 사이의 공기는 원래대로 흘러갔다.
연준 오빠는 조용히 시선을 거두었고,
오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앉았다.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대화에 섞였다.
하지만, 웃는 얼굴 속에 남은 그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 짧은 눈빛,
낮게 깔린 말투,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심장이 반응했던 그 순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왔지만
내 안에는, 분명 무언가가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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