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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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우리 둘만의 시간
다음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오랜만에 꾼 꿈이었다.
내용은 흐릿했지만
왠지 모르게 익숙한 풍경이 남아 있었다.
창밖엔 햇살이 번져 있었고,
나는 이불을 느리게 걷어냈다.
어제의 대화가
어제의 눈빛이
머릿속을 멈추지 않고 반복되었다.
그 사람은
정말 그냥 반가워서 연락한 걸까.
그 생각만 자꾸 맴돌았다.
오후쯤,
핸드폰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연준 오빠]
[혹시 내일 시간 돼?]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컵을 잠깐 내려두었다.
몇 초간, 화면만 바라봤다.
단순한 문장이었는데
그 안에 묘한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응, 왜?]
답장을 보낸 후
3분쯤 지나서 다시 왔다.
[그냥. 너랑 둘이 얘기 좀 하고 싶어서.]
순간 숨이 약간 멎었다.
내 이름도 없었고,
별다른 표현도 없었지만
그 문장 하나가
괜히… 너무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고
잠깐 손등을 바라봤다.
눈에 띄는 것도 없고,
떨리는 것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래, 나도 시간 돼.]
그렇게 보낸 뒤, 이불을 뒤집어썼다.
다음 날.
약속 장소는 조용한 카페였다.
도착했을 땐 이미 연준 오빠가 와 있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고,
나를 보자 고개를 들고 가볍게 웃었다.
“안 늦었네.”
나는 숨을 조금 고르고,
자리로 다가갔다.
“나 원래 안 늦어.”
그렇게 말하면서 앉았지만
다리 위 손은 어색하게 엉켜 있었다.
“오빠가 먼저 보자 한 거 처음이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응. 보통은 오빠한테 질질 끌려 다녔지.”
“그럼 오늘은 네가 질질 끌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커피잔을 들었다.
그 말투.
예전이랑 똑같은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렸다.
우리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에 꺼내는 옛날 얘기.
지금 사는 동네,
학교 이야기,
웃긴 일들.
특별한 건 없었지만
대화는 편안하게 이어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나는 계속 느껴졌다.
이 공기가, 예전이랑 다르다는 걸.
그의 말이 조금 더 신중하고,
그의 눈빛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낯선 무게가 실려 있었다.
“나 그때 너랑 연락 못 하고 간 거, 좀 미안했어.”
대화 중 문득
연준 오빠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때?”
“이민 갈 때.”
나는 말이 없었다.
“사실… 너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좀 갑작스럽게 정리되기도 했고.
너한텐 말 못 하고 간 게
계속 마음에 걸렸어.”
“괜찮아.
나도 그때 말 안 했어.”
“무슨 말?”
“그냥… 보고 싶었다는 말.”
순간 공기 안에 무언가가 멈춘 것 같았다.
연준 오빠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우리 둘 다 조용히 커피잔을 내려놨다.
그 조용함이 묘하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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