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 rlaalsrbb
★ 평점 : 9.7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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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집에 돌아온 후,
나는 대화 내용을 한 단어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머릿속을 되감았다.
말했던 것들.
하지 않았던 것들.
그가 들었던 말.
그리고,
내가 말해버린 그것.
보고 싶었다는 말.
그게, 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미리 생각했던 것도 아니고
농담처럼 던진 말도 아니었다.
그냥 나왔다.
그 사람 앞에 앉아 있었고,
마주 앉아 있던 공기가
너무 조용해서.
연준 오빠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무표정은 아니었다.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던 것 같고,
눈빛이 살짝 흔들린 것 같기도 했다.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도,
괜히 핸드폰만 자주 확인하게 됐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ㅡ
이틀 후.
“너, 다음 주에 시간 돼?”
오빠가 물었다.
“왜?”
“연준이,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온대. 부모님은 좀 늦게 들어오신대서 이삿날 저녁 같이 밥 먹자는데.”
그 말에,
나는 대답을 잠깐 미뤘다.
“연준 오빠가 밥 먹자고 했어?”
“응. 너도 같이 오라고 하더라.”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처럼,
그렇게 만나도 괜찮을까?
결국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이삿날 저녁,
우리는 동네에서 가까운 식당에서 만났다.
연준 오빠는 여전히 말이 많진 않았지만
식사 내내
내 쪽을 자주 바라봤다.
말은 오빠가 주로 했고,
나는 대답하면서도
연준 오빠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자꾸만 신경 쓰였다.
집에 돌아가는 길.
오빠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먼저 자리를 떴고,
남은 길은
나와 연준 오빠 단둘이었다.
“걸을래?”
그는 그렇게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가방 끈을 고쳐 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네 골목은 조용했다.
가로등 아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고,
바람은 시원했다.
“그날 말했잖아.”
연준 오빠가 말했다.
“보고 싶었다고.”
나는 걸음을 멈췄다.
“그 말, 나 아직 생각 중이야.”
조용한 목소리였다.
농담처럼 흘리지도 않았고,
진지하다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 중이야.
그게,
나한테 어떤 의미였는지.”
나도 모르게
심장이 조용히 반응했다.
우리는 말없이 다시 걸었다.
길 끝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손 옆으로
그의 손이 아주 가까이 있었다.
닿지 않았지만
닿을 듯한 거리.
그 거리를 유지한 채
우리는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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